약 6개월의 짧은 시간 동안 겪은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1. 차조심? 자전거 조심!
이전에 자전거 관련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1인당 자전거 보유량이 세계 최대 규모고, 자전거에 대한 인프라가 굉장히 잘 되어있습니다.
그만큼 어떻게 보면, 자전거 타는 사람이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행인을 생각하지 않는 상당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라 보일 수 있지만, 주민의 입장으로서 모든 운전자는 자전거 운전자이기도 해서, 자전거를 탈 때, 굉장히 안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 글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이건 덤으로, 자전거 잘 묶어두지 않으면 이렇게하는 무시무시한 집단이 네덜란드 전역에 숨어있습니다.
2. 예약의 나라
관공서는 기본, 심지어 병원조차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네덜란드를 깔 때, 우스갯소리로 응급상황에서 병원 예약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도 하는데, 실제 응급상황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아! 물론 전화 한 통에 바로 구급차가 달려오는 건 아니랍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혹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예약이 거의 필수지만, 의외로 배달 서비스는 굉장히 빠른 나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묘하게 뒤섞인 나라이기도한데, 예를 들면
1) 물리치료 예약을 위해 온라인으로 이메일을 보내지만, 치료를 받고 청구서가 약 3달 뒤에 집 우편함으로 날아오는 이해할 수 없는 나라.
2) 은행계좌개설이 온라인으로 또는 모바일로 가능하지만, 카드를 activate 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또 오프라인 집 우편함으로 날아오는 카드와 비밀번호 그리고 (표현 편의상) OTP기기.
3. 수평적인 관계
흔히 교수님, professor, sir 등의 존칭으로 불리던 형태가 여기서는 그냥 이름을 부릅니다.
이름 + professor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이름]만 부릅니다.
이게 단순히 예의가 없는 건 아닙니다.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의견전달이 가능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항상 professor를 붙이거나 sir 등 아무튼 높여 불렀는데, 아무도 안 그러길래 그냥 이름으로 했는데 교수님들도 불편한 기색 없이 대해줘서 이제는 그냥 편하게 이름 부르고 다닙니다.
여기서 일을 했던 친구가 해준 얘기로는, 미국에서 온 상사가 네덜란드 후배에게 존칭 없이 이름만 불리는 걸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는 이야기도 해줬습니다.
4. 개인주의가 강하지만 배려심이 높음.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시골이라 그럴 수도 있고, 애당초 국제학생이 많아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아무튼 배려심이 높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일례로, 적은 물품을 들고 계산대 줄에 서있으면 앞사람이 먼저 하라고 양보해 주는 경우를 몇 번 직접 겪었습니다. 지금은 셀프계산을 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지만요. 그리고 문 붙잡아주는 사람도 굉장히 많이 봤고, 아무튼 양보해 주는 사람들도 많이 봤고, 그랬습니다.
소제목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별거 없는...
5. 자유의 나라
네덜란드 = 자유, 굉장히 잘 알려져 있는 호칭입니다.
자유라는 포커스가 성, 마약 이런 쪽으로 몰려있다 뿐이지, 가치관이랑 생활기반 등에도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성이랑 마약을 완전히 빼놓고 얘기하기는 또 힘들긴 하죠.
사진 먼저 보겠습니다.
좌측 사진의 성별 표시를 보면, 공용 화장실입니다.
표시도 심지어 남자와 여자뿐 아니라, 가운데 정해지지 않은 성별도 표기가 되어있습니다.
우측을 보시면 내부는 모두 동일하게 변기칸으로 되어있고요.
남녀공용인 공간이 의외로 많습니다. 화장실뿐만 아니라 심지어 제가 다니는 수영장 탈의실도 공용입니다. 모두 개방된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는 건 아니고, 칸막이는 당연히 있고요.
그나마 화장실이 위 사진처럼 칸으로 막아져 있으면 다행인데, 어떤 공용화장실은 남성 소변기 따로, 변기칸 따로인 곳도 있습니다. 그치만 모두가 신경 쓰지 않고 사용하죠.
성별 얘기가 나와서 추가적으로 쓰자면, 동성애 결혼도 합법인 나라다 보니, 그걸 외적으로 표현하는 것 또한 자유롭습니다.
마약도 어느 정도 합법인 나라다 보니 가게들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길거리에서 뭔가를 돌돌 말고 있는 사람도 종종 보이고요.
대한민국은 속인주의 국가로 거주국가에서 마약이 합법이라 하더라도, 적발 시 국내에서 처벌받습니다.
6. 굉장히 직설적, 하지만 인정 또한 빠르다.
3번 항목과도 연결이 되는데, 수평적이다 보니까 정말 자유롭게 말합니다. 그래서 상당히 직설적이기도 하고요.
이게 저희 눈에는 시비 걸거나, 싸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표현을 한 거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직설적으로 확실하게 이야기합니다.
팀플에서 누가 어떻게 생각한다고 얘기하면, 다른 사람이 [그건 아니야.]라고 아주 직접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분위기 살벌해지죠.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다시 확실하게 어떻게 생각해서 또는 뭐에 근거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보충해서 이야기하면, 그걸 들은 사람은 다시 빠르게 인정합니다. 이해가 됐으니까요. 이해가 안 됐거나 반박할 수 있다면 그 이후로 또 이야기를 나누겠죠.
이건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도 통합니다. 앞서 말했듯,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직설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보니 정말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의견교환이 가능해집니다. 아직 직설적으로 말하는 건 어렵지만, 해봐야죠.
아무튼, 굉장히 직설적이지만, 시비 거는 게 아니고 의사표현 방식의 하나일 뿐입니다.
7. 운동이 보편적인 나라
모두가 운동 하나씩은 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헬스는 기본, 수영, 테니스, 스쿼시, 볼더링, 축구, 코프볼, 탁구, 주짓수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뭐,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니까 일상 자체가 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그래도 자전거 이외의 다른 운동을 적어도 하나는 하는 거 추천합니다.
어쩌면, 병원 가서 의사 보는 게 어려워서 다들 돌연사 안 당하려고(?) 운동 열심히 하는 거라 추측하기도 하지만요...
8. 간식 문화(?)
기차 안에서도, 수업시간 중에도 다들 간식을 자주 먹습니다.
다른 승객들도, 교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간식이라 해봤자, 어차피 과일이나 간단한 샌드위치 이 정도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다들 중간중간 뭘 자주 먹더라고요.
9. 수돗물에 대한 신뢰
단도직입적으로 수돗물 그냥 마십니다.
수도꼭지가 있는 어디든 먹지 말라는 표시만 없으면 어디서든 물 틀어서 마십니다.
길바닥이 됐든, 화장실이 됐든, 부엌이 됐든 어디든요!
그만큼 어디서든 물을 따라 마시기 때문에, 다들 본인들의 물통을 들고 다니는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이거 들고 다니면 네덜란드 사람 다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10. 파리보다는 벌
이건 사실 좋은 내용입니다. 다른 유럽나라 거리에서 밥 먹으면 파리가 꼬이는데, 여긴 벌이 꼬입니다.
사실 파리는 그냥 내쫓으면 되는데 벌은 뭔가 더 무서워서 소극적이게 되죠.
처음엔 그래도 내쫓으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그냥 같이 겸상합니다.
이것도 어차피 여름 몇 달만 그러거든요.
지켜줘야죠
11. 미친 날씨
여름이 지나면 미친 날씨가 시작됩니다.
겪었던 가장 미친 날씨는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져서 집중호우처럼 비가 내리더니 다시 맑아지고 또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던 날씨였습니다.
날씨의 기복이 정말 심한 나라고, 일기예보를 봐도 그다지 도움은 크게 안됩니다.
학교 갈 때, 날씨가 흐리면 비옷은 항상 챙겨가는 편이긴 한데, 어지간히 많이 오는 거 아니면 그냥 맞고 다닙니다. 이래저래 비옷 입고 벗고 귀찮거든요.
그래서 우산 쓰고 다니는 사람 많이 못 봤습니다. 비가 정말 많이 오면 비옷을 입는 게 편하고, 비가 적게 오면 그냥 맞고 다니고요.
12. 파업
짧고 굵게 그리고 생각보다 자주합니다.
코로나 락다운 시기에 직원을 대규모로 정리했지만, 이동이 진작 정상적으로 돌아온 현재까지 직원은 이전만큼 뽑지를 않아서 사람이 많이 부족하다는 친구의 정보.
그래서 파업뿐만이 아니라 열차 지연도 생각보다 잦은 편. 그나마 다행인 건 취소는 잘 없다는 거?
때문에 먼 거리에 약속이 있으면 정상도착하는 시간표보다 한 타임~두 타임 일찍 출발하는 게 낫습니다.
파업에 대한 정보는 9292나 NS앱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경로 검색을 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파업이 진행되는 때에는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을 열어줘서 못 오는 학생을 배려해주기도 합니다.
13. 불꽃놀이에 미친 나라
사실 이건 의도치 않게 알게 된 건데, 학기가 끝나고 새해 앞뒤로 일주일씩 약 2주간의 연휴가 있었습니다.
원래 의도는 2주 꽉 채워서 프랑스,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를 여행하려 했는데, 프랑스의 마지막날인 3일 차에 독감 걸려 앓아눕는 바람에 집으로 그냥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됐는데, 그게 아래 영상과 사진입니다.
⚠️소리가 크니 볼륨 주의해 주세요⚠️
아래 영상은 12월 31일 오후 6시
아래 영상은 1월 1일 0시 1분
DSLR로 찍은 장노출 결과물
이 나라 사람들 12월 31일 점심부터 하나 둘 쏘아 올리더니 새해 자정 다가올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쏘아 올리고 1월 1일 되고 새벽 1시 반까지 계속 쏴댔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랜드마크에서 새해를 대규모로 짧게 맞이한다고 보면, 네덜란드는 온 국민이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온 마을 주민들이 다 같이 폭죽놀이하면서 새해맞이하는 게 진귀한 광경이네요.
폭죽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바닷가에서 손으로 잡고 쏘는 낭만적인 폭죽이 아닌, 본격적으로 바닥에 설치해서 쏘는 폭죽입니다.
이게 어른의 취미...?
제가 느낀 네덜란드의 특징은 현재까지 이 정도입니다.
사실 제가 거주하는 바헤닝언의 특성상, 외국인 유학생 규모가 매우 많고 인종 다양성이 굉장히 높은 지역 중 하나이면서 푸드밸리(Food Valley)라 불리는 국제 식품기업 밀집지역입니다. 때문에 네덜란드 전체의 특징을 반영한 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개는 어쩌면, 저희 지역만의 특징이 될 수도 있겠죠.
아무튼 오늘 글은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사실상 연휴에 여행 못 간 거 억울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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